김진아 시인의 시집
《비 그친 어느 날》 〈컬러 에디션〉
“비가 그치고 난 뒤, 삶은 다시 시작됩니다.”
김진아 시인의 시집 《비 그친 어느 날》은 사계절을 따라 흐르는 일상의 온기와 내면의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집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 희생이라는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개인의 삶에서 출발해, 역사적 기억과 사회적 공감으로 이어지는 시적 여정을 담아냅니다.
전반부는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삶의 향취를 섬세히 그려내며,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합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지역성과 체험성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시적 참여를 통해, 문학이 사회적 기억과 책임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합니다.
“시를 쓴다는 건, 하루를 더 따뜻하게 기억하는 일입니다.”
김진아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그 시의 밑바닥에는 깊은 공감, 절제된 언어, 그리고 묵묵한 책임감이 존재합니다. 또한 평범한 일상 도구와 풍경이 얼마나 많은 감정과 서사를 품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김진아 시인의 시는 격정적이지 않지만, 오래 남습니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때로는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게 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소리보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조근조근 말해주는 한 시인의 삶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컬러 에디션〉의 특별함
《비 그친 어느 날》의 〈컬러 에디션〉에는 각 부의 정서와 계절감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15장의 컬러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시를 읽는 감각을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이 사진들은 시인이 바라본 세계의 정서를 함께 호흡하며, 독자가 시의 분위기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본문 곳곳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정하람 낭독자의 목소리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눈으로 읽고 귀로 듣는 ‘복합적 시 경험’을 제공합니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시를 ‘들어보는’ 감각은 이 시집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줄 것입니다.
‘시선의 시선’ 시리즈 01
《비 그친 어느 날》은 문화출판 더하다의 새로운 시 기획인 ‘시선의 시선’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시선의 시선’은 지역에서 묵묵히 시의 세계를 지켜온 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문학 프로젝트로, 시인이 바라본 세계의 자리에 독자의 시선도 함께 머물기를, 한 권의 시집이 한 명의 시인을 세상과 연결하는 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시리즈입니다.
김진아 시인의 시는 이러한 기획 의도를 충실히 보여줍니다. 부산 지역의 생활성과 공간성, 토속적인 감각, 그리고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 사회감각이 공존하는 시인의 언어는,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힘을 지녔습니다.
김진아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것
김진아의 시는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통해 시인은 우리가 잊고 지낸 관계의 온기를 되살려냅니다. 그녀의 시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합니다. 과장된 언어 없이, 삶의 한복판에 서서 곧은 눈으로 사람과 시간을 바라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시를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리고, 지나간 계절을 생각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장인 ‘희생’에서는 역사와 현실을 시로 형상화하여, 문학이 단지 감정의 기록이 아닌 기억과 책임의 장소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김진아 시인의 시는 그렇게 개인의 울림에서 시작해, 공동체적 감각으로 나아갑니다.
청림 김진아
마흔을 넘어서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일상의 행복과 삶이 주는 여유를 알게 되었다.
그 소중한 순간들을 모으다 보니, 나는 어느 날, 어느 순간을 글로 남기는 사람이 되었다.